남영동 대공분실 5층의 좁은 조사실 창문은 빛과 공기가 유입되는 외부와의 유일한 통로이지만, 수감자들에게는 외부와의 단절을 절감하게 하는 절망의 상징이다. 우리는 이 상징성에 주목해 조사실에서 흘러나왔다는 붉은 빛을 재현한 적색판의 설치물로 창문의 비정상적 비율과 편집증적인 반복 패턴을 드러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red square)은 러시아어로 빨간색이 ‘아름다움’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붉은 광장은 소련 공산주의의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미학적 집착이 기괴하게 보이는 이 건물의 조사실 내부에는 붉은 타일로 마감된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일반적인 화장실 타일 색상과는 전혀 다른, 아마도 피조사인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선택되었을 붉은 계열의 타일은 기묘하게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붉은 사각형들(red rectangles)에서 붉은 색은 조사실에 들어오면 빨갱이가 되어 나갔다는 누구의 말처럼 이념적 상징과 집착적 미학을 동시에 상징한다.
남영역 플랫폼에서는 대공분실의 창문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플랫폼에 서서 무심히 건물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도시 한복판, 전철역 바로 옆의 평범한 장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적색 사각형들>은 이런 일상의 공간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장치로 남영동 대공분실을 새롭게 주목하게 한다.


© Jin Dallae & Park Woohyuk